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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초난난 - 오가와 이토

경제신문읽기

by 장뱀 2017. 7. 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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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분홍색 풍선으로 가득채워주는 책.

그 내용을 조금 공유해봅니다


p.67

기노시타 씨는 역시 기린을 닮았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다시 들었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공격해 목숨을 빼앗고 입가를 피투성이로 물들이며 게걸스럽게 고기를 뜯어먹지 않는다. 긴 목으로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자기는 그저 조용히 발밑의 풀을 뜯어먹는다. 결코 상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기린과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비슷했다. 





p.72

나는 감자 샐러드를 만들 때 식초를 안 쓰고 유자 즙으로 신 맛을 낸다






p.82

"기노시타 씨는 기린을 닮았어요"

내가 그 말을 간신히 꺼낸 것은 기노시타 씨가 도쿄에서 좋아하는 선술집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가게에서였다. 두 번째 술병에 남아 있던 마지막 술을 기노시타 씨의 술잔에 따르면서 고백하듯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내게는 그 말이 기노시타 씨를 향한 사랑 고백이었을지도 모른다.





p.88

기노시타 씨가 밤하늘의 별들에게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당신과 함께 있으면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어요. 이런 느낌은 정말 오랜만인데..."

 몇 가지 감정들이 도미노처럼 잇달아 가슴속에서 쓰러져갔다. 기노시타 씨가 지금 한 ㄴ얘기는 내가 그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과 똑같았다. 이제야 겨우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지막 도미노가 툭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동시에 용기를 내어 말했다. 

 "시오리... 그냥 시오리라고 부르세요"

무아지경에서 내뱉은 내 목소리는 매화 향기가 떠도는 언덕에서 예상보다 훨씬 크게 울려퍼졌다. 나 역시 필사적이었다. 지금 당장 그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강렬하고 따뜻한 어떤 힘이 내 등을 부드럽게 밀어주는 느낌이었다.





p.91) 누군가를 좋아하면 모든 게 반전되어버린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영원하다고 느꼈던 풍경이 무상하고, 행복하다고 여겼던 것이 애절하고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다. 세상 모든 것들이 뒤집혀서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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